첫 문장의 마침표를 찍고, 그는 마침내 홀가분한 얼굴로 새 삶의 첫 발자국을 디딜수 있었다.

그를 붙잡고 있던 단어들이 허물을 벗는 뱀처럼 그에게서 쏟아져내렸다. 해야 하는 일의 목록도 있고, 지켜야 했던 규칙도, 언젠가부터 까닭모를 이유로 해야 했던 각종 의무도, 그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던 얼둘들도, 그를 뒤덮고 비켜설수없다는듯 버텨내던 표정들도, 그렇게 오래된 껍질처럼 흘러내렸다

Into the Night
Photo by Benjamin Davies / Unsplash

난생처음, 그 껍데기 너머에 웅크리고 있던 맨살이, 세상을 만났다. 알수없는 표정으로 닫혀있던 그의 눈이, 세상의 첫날 그 아침처럼 주위를 둘러보았다. 온전히 그 자신으로서, 처음 마주대하는, 세상이 거기 놓여있었다.

단 한 문장을 완성시키지 못해 가두어져 있던 한 영혼이, 그렇게 기여이 자기 자신을 바라보며 자랑스럽게 서 있었다. 마법처럼 그의 영혼은 자유로워졌고, 그는 환희 속에서 슬프고, 애처롭게 북받쳐오르는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걸음을 디뎠다.

Photo by Alejandro Luengo / Unsplash

그의 걸음 걸이는 새 세상을 만들었다. 그의 눈이 깜빡거릴때마다 형형색색의 깨달음이 어둠 속을 날아 퍼져나갔다. 아무것도 만져본적 없는 손이 헤집으면, 영원할 것 같은 망각 속에 잠들던 물음이 꽃과 나무가 되어 피어났다. 배고픔을 이제야 알게된 입으로는 검은 욕망이 물줄기처럼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마셔도 마셔도 덜어지지 않는 갈증이 어지럽기만 했다.

마지막 한 문장을 마치면, 이 세상은 다시 하얀 빛 속으로 흩어져,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티끌로 흩어져 버릴지도 모른다. 겨우 뗀 한 문장의 다음 줄에는 큰 한숨과 함께 단단한 각오가 다가와 거들어주었다. 세상 첫 걸음을 배우듯, 한 문장 한 단어를 새겨넣으며, 그는 마침내 살아있게 되었다. 마지막 그 문장을 마칠때까지, 그는 이 걸음을 멈출수 없으리라는 걸 알았다.

그렇게 그의 이야기가 시작되었고, 그 끝은 언제가 되었든 하나의 마침표로 끝나게 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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