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우리가 모르고 지나가거나, 얼마간의 문제가 있다고 해도 그러려니 하며 언젠가 고쳐지길 기다리는 식이다. 아예 접속 장애가 난다면야 누군가 팔을 걷어붙이고 손을 보려하겠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소소한 오류와 에러는 매일매일 마주치는 생활쓰레기처럼 간주되어 무시된다.

복잡하고 거대한 생태계로 자라난 이상, 웹 사이트가 존재하는 방식도 이전과는 사뭇다른 생애주기를 갖기도 한다. 수 많은 인공지능 서비스들이 토해내는 그럴듯한 페이지들은, 프롬프트를 입력한 사용자를 감탄시키고는 곧 잊혀진 존재가 된다. 애시당초 안정된 서비스를 지향하는 산출물이 아닌만큼, 이 사이트들은 복합기에 출력되는 인쇄물처럼 한번 쓰윽 살펴보고 던져지면 소리소문없이 그 생을 다하게 된다.

디지털 콘텐츠는 매일매일 쏟아지고, 이들은 각자 저마다의 주소값과 호출 부호를 부여받고는, 어딘가에서 요청되는 호출에 반응하고, 읽혀지고, 보여졌다가, 바닷속 심연으로 가라앉는 유기물처럼 천천히 바닥에 가라앉아 퇴적물을 이루게 된다. 그 두꺼운 퇴적물 속에서, 존재가 잊혀진 개체로서의 페이지와 사이트는 조금씩 문제를 일으키며 깜빡깜빡하다 생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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